봄은 짧지만 그 찰나에도 꽃들은 꾸준히 피고 있다. 꽃가루 알러지라는 무시무시한 계절성 질환을 앓고 있는 나는 눈을 비비고 코를 훌쩍이며 이 봄을 견디고 있다. 어찌 되었든 간에 꽃구경은 좋으니까. 정작 시험 공부 하느라고 꽃놀이도 못 즐기고 있는 게 함정이지만.
윤석열 탄핵이라는 정국을 거치며 광장에서 새로운 꽃을 피운 커플들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간질거린다. 지난 연애의 파국이나 내 까칠한 성격을 생각하면 안 어울리는 옷인데도 불구하고 그 옷이 예뻐서 나도 괜히 갖고 싶고 입고 싶달까? 연애 유튜버 오마르가 "연애는 짜장면 같다. 남이 먹는 걸 보면 맛있어 보이는데, 정작 시켜 먹으면 그 정도로 맛있지 않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 그치만 먹고 싶은 걸 어떡해!
그러다 지인들과 잠깐 연애 얘기를 했다. 애인의 어떤 부분이 안 맞는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누군가 '뭐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고 한 말에 나는 속으로 유레카를 외쳤다. 뭐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 어쩌면 이것이 연애의 본질 아닐까? 로맨스 영화처럼 모든 연인 관계가 퍼즐 조각 맞춰지듯 딱딱 맞춰지지는 않을 것이다.
상대의 어떤 부분은 마음에 안 들고 어떤 부분은 잘 안 맞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부분을 보면서 마음에 안 들고 잘 안 맞는 부분을 감당하는 것이 아닐까? 문득 조금만 안 맞아도 상대를 밀어내던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워졌다. 이런 내가 다시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아니, 사랑할 수 있을까?
나의 까칠함과 자존심을 죽이고 다음에 만날 사람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사랑하기로 마음먹어 본다. 그 사람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기도를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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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에게.
오랜만에 너의 SNS를 염탐했어.
그 기록들을 보고 잘 헤어졌다고, 그때 너랑 거리두지 않았다면 내 삶이 더 엉망으로 바뀌었을 거라 확신할 수 있었어. 너의 정념들을, 왜곡된 인지를, 그걸 표출하는 방식들을 감당하기 힘들어 널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날 평생 이해 못하겠지.
근데 있잖아.
고립감을 느낄 때,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을 때,
가끔 미치도록 너를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는 날 안아줬으니까.
이 차가운 서울에서
유일하게 온기를 나눠줬으니까.
그래서 계절이 바뀔 때,
내 환경이 변하는 시기가 되면
가끔 네 생각이 날 때가 있어.
네가 잘 지내길 바라.
사람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외향인이라면 그만 흔들리고
안정형의 인간이 되었으면 해.
나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으니까.
다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해.
영원히 내 기억 속에서 사라질 때까지
좋은 기억들로 덧칠할 거야.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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