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그랬나.
나라가 디비져도 인스타그램 속 세상은 평화롭고
본가에서는 언제 내려올 거냐는 연락을 한다.
본가에서 연락이 올 때마다
거란 황제가 언제 친조할 거냐고 닦달할 때
고려 현종의 심정을 140자 내외로 서술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겐 강감찬 같은 책사도 없고
이 친조(?)를 거부할 명분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가는 수밖에.
아무리 그래도 가족인데
가족을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묘사하냐고
불편하게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여태까지 그들에게 받은 거라곤
"남들 보기에 쪽팔리지 않게 행동하라"는 눈칫밥 뿐이었다.
그들에게 난 가부장제, 정상 가족을 구성하는 부품에 불구하고
남들 보기에 쪽팔린 자식에 불과한데,
이쯤 되면 남보다 못한 사이 아닌가?
나에게 수치심을 주고
정상적으로 행동할 걸 강요하는 족속들을
낳아줬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그 가정의 구성원이란 이유만으로
매번 얼굴을 보러 가야 한다는 게 고통스럽다.
이성애자 남성인 나조차도
정상성에서 조금 벗어났다고
이런 고통을 느끼는데,
여성이거나 성소수자라면
그런 가족을 매일 봐야 한다는 게
얼마나 죽고 싶은 일일까?
그래서 나는 기꺼이 이반들 곁에 서는 삼반이 되고
혐오당하는 이주노동자들과 연대한다.
또 가부장제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 편에 서서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정상성에 어깃장을 넣는다.
나의 고통과 이들의 고통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기에.
"만약 당신이 나를 도우러 여기에 오셨다면, 당신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여기에 온 이유가 당신의 해방이 나의 해방과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면, 그렇다면 함께 일해 봅시다."
멕시코 치아피스의 어느 원주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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