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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을 쓰러뜨렸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고"

사회가 부도

by 사회가 부도 2026. 1. 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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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시작: 2025. 12. 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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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장송의 프리렌)




해가 바뀌었다.

한국 사회의 뒤틀린 욕망들이 만들어 낸 마왕(!)을 쓰러뜨린 건 내 인생의 한 페이즈에 불과하단 사실을 애진작 알고 있었다.

용사 힘멜도 돌아가서 일자리를 찾는 게 중요하다는데, 나라고 뭐 다르겠나.

하지만 내가 돌아온 일상은 청년 취업률이 56%에 불과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

이걸 풀어 말하자면 MZ세대 둘 중 한 명은 실업자란 얘기다.

일을 하고 싶다. 국가 규모의 거악을 끌어내리고 돌아온 내 일상 속에는 기업체 규모의 악들이 노동자를 죽이고 있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산재 문제를 해결하라 지시했지만 여전히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고 임금을 체불당하고 쫓겨나고 있다. 일이 필요하면 쿠팡이라도 뛰라 하지만, 쿠팡은 수없이 일용직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 인간이 마치 소모품인 듯이. 기본적인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곳에서 어떻게 일을 하며 살 수 있을까? 해외로 나가는 청년들,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청년들, 조직에 속하지 않고 프리랜서가 되는 청년들...


윤석열보다 쓰러뜨리기 힘든 괴물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기업체를 소유한 괴물, 학교 법인을 소유한 괴물들이 노동자를 죽이고 학생들을 탄압한다.

여전히 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고진수 지부장은 고공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에 해고자 복직을 위해 고공으로 올라갔는데, 복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해가 바뀌었다. 동덕여대의 공학 전환, 학교 자본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 역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마왕 윤석열을 쓰러뜨리는 데 함께 한 동지들인데...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싸우고 있을 때 함께 하지 못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

세종호텔 노조와 동덕여대 재학생들은 여전히 아픈 손가락들이다. 용사 힘멜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수많은 광장 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 곁에 있기를 택한 사람들이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을 위해 기어이 길바닥으로 나가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들이 '사회'라는 가치가 부도나지 않게,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내 세상은 어려워. 내 싸움은 외롭고.

세상에 모든 문제가 어린이 만화 영화처럼 간단하면 얼마나 좋을까? 심각한 사건이라고는 안성재 셰프가 딸에게 두바이 초콜릿 대신 두바이 계란말이를 만든 것 정도면 어떨까? 하지만 고도화된 문명 속에 살고 있는 우리가 마주하는 사회 문제는 심각하고 첨예하다. 시소는 자본가들의 덩치를 불려 노동자를 고공으로 올린다. 카를 마르크스는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고 선언했지만, 무산 계급들의 세상은 어렵다. 저마다 일상 도처에서 마주하는 싸움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단결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들과 안녕할 수 있을까?

새해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입술을 깨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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