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16일,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연단에서 윤석열에 의해 한 졸업생의 입이 틀어 막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졸업생 신민기 씨는 윤석열의 축사 도중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다 경호원들에게 강제로 끌려 나갔다. 경호원은 신민기 씨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저지했고 팔다리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끌고 나갔다.
나는 이 장면이 윤석열 정부를 포함하여 한국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를 한 컷에 담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나? 그리고 우리는 과연 민주주의자(혹은 민주 시민)일까?
쉽고 단순하게 살고 싶단 사고가 들 때마다 프랑스 혁명에서 왕의 목을 친 이후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켜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 황제가 된 나폴레옹은 시민들이 불만의 ㅂ도 가질 수 없게끔 프랑스를, 온 유럽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외환죄 혐의도 있는 윤석열을 떠올리며) 전쟁을 일으켜 시민들을 입틀막 하는 건 독재자의 유구한 클리셰구나.
또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가끔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누군가의 입을 틀어막고 싶은 생각이 불쑥 올라오곤 한다 (저 사람 불편하게 왜 이래... 하는 식으로).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본인이 가진 지위와 명예, 재력으로 다른 사람들의 입을 손쉽게 틀어막는다. 사람들은 그게 당연하다고 느끼거나 이게 잘못되었다고 생각은 해도 저항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양학원 주명건 같은 사람이 민주노조를 조직했다고 세종호텔 노동자들의 입을 '법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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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가 과연 민주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민주주의 체제에 살고 있을 때가 선출직 정치인을 투표할 때밖에 없다면, 우리의 가정과 학교, 일터가 민주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게 어디가 민주 사회란 말인가? 고려 시대 호족들이 지역민들을 자기 노예 부리듯 착취하던 때랑 지금 우리 일상은 얼마나 다른가?
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는 동덕여대 재학생들에게 학교는 54억이라는 말도 안 되는 피해 금액을 산정하고 학생들에게 형사 고발을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20대 초중반에 불과한 재학생들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여성혐오와 갈라치기를 일삼는 개혁신당 이준석을 찾아가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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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회가 민주 사회일 리 없다.
민주노조를 조직했다고 법적으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고 학내 민주화를 요구했다고 여론을 선동하고 형사 고발로 학생들을 탄압하는 식으로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하는 저들이 어찌 윤석열이 아닐 수 있나?
우리는 일상을 계엄으로 만들고 내부의 적을 만들어 탄압하는 식으로 이를 정당화하는 우리 사회의 수많은 윤석열들에 저항해야 한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서라도 우리 안의 다양한 요구들을 묵살하려 하는 전세계의 전범들과도 맞서야 한다.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싶고 때때로 생각을 외주 주고 싶은 욕구가 무솔리니와 히틀러를, 네타냐후와 푸틴을, 그리고 윤석열을 만들어 낸 것이다. 원래 민주주의란 어렵고 복잡한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불편한 요구를 방관하고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복잡한 생각을 ChatGPT한테 외주 주거나 회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살다 보면 다음 번에는 당신의 입이 틀어막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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